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팬데믹 기간에 제작된 영화

by usesake 2024. 1. 16.
728x90

2022 개봉 블랙 코미디, 감독 라이언 존슨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팬데믹 기간에 제작된 영화

예고편이 삐까뻔쩍하다. 색채도 그렇고 배우들 이목구비도 그렇고. 대니얼 크레이그보다 제임스 본드로 더 잘 알려진 익숙한 흥행 배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업영화 냄새가 솔솔 나는데다가 추리, 스릴러, 블랙 코미디? 모든 키워드를 갖췄다.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이브스 아웃 1편이 있지만 보지 않아도 2편을 보는데는 별 연관이 없다.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주지사,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연구원, 자택에 격리된 채 자숙기간을 보내고 있는 패션 모델, 온라인 방송을 하고 있는 엔터테이너. 그들에게 발송된 초대장에는 '일상이 그리운 요즘', '너희를 내 섬에 초대해서' 라는 문구가 있다. 지금이야 팬데믹이 해제되었지만 2019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상황은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만 같았고, 현실은 마스크 착용과 접촉으로 부터 민감한데 왜 영화속은 현실을 이야기 하는 드라마조차 너무나 딴 세상 같을까? 라고 늘 생각했었다. 팬데믹으로 지쳐갈때는 외딴 섬으로 친구들과 떠나 파티를 하고 싶다는 생각 또한 매번 했었다. 그랬기에 마치 내가 섬으로의 초대장을 받은 것 처럼 신이 났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사설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 역시 자가격리 중이고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팬데믹 블루에 걸려 욕조에 일주일째 들어가 산다고 한다. 화상채팅을 하며 어몽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이 깨알 웃음 포인트이다. 함께 게임을 하는 거물들로는 뮤지컬 작곡가 손드하임, 원로 배우 안젤라 랜스베리(그녀는 이 영화가 개봉하고 한달 뒤 96세의 나이로 편안히 작고 했다.), 89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농구선수 카림 압둘자바 등이다. 익숙한 듯 온라인 게임들을 줄줄 읊으며 화상 채팅을 하는 모습이 이런 팬데믹 시기에 자연스러운 모습인데도 연로한 인물들이 출연하기 때문인지 재미있는 요소로 다가온다.

마스크를 쓰고 접촉 금지를 외치며 그리스의 무인도로 향하는 어느 선착장에 하나 둘 모인 주인공들. 초대장을 보낸 억만장자의 하수인이 나타나 각자에게 소독과 백신 같은 프로세스를 실행하고 이제는 마음껏 포옹하고 마스크를 벗고 놀아도 된다고 하는 장면에서 돈으로 전염병 조차 해결해 버린 것만 같은 엄청난 대리만족을 느꼈다. (추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하수인을 연기한 배우는 에단 호크였다...에단 호크가 디즈니 플러스 "문나이트" 촬영 때문에 가까운 부다페스트에 있었고 잠깐 방문해 카메오로 찍고 갔다고 한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루브르 박물관이 보면 기겁할 영화

영화가 끝날 때는 루브르 박물관이 혹시라도 영화에서처럼 박물관이 문을 닫은 팬데믹 기간동안 모나리자 원본 대여를 생각한 적이 있거나 지금 어딘가에서 실행하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을 접길 바라게 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본을 볼 수 있는 모자리자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가치가 사라지는 것 보다야 복사본을 감상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돈으로 전염병은 잠재웠지만 모나리자를 그렇게 해서는 안되었던 큰 교훈을 준 영화이다.

창의력 넘치는 추리력을 발휘하는 주인공과 그것을 세련되게 풀어서 연출하는 영화라기보다 돈만 많고 사회적 책임은 운영하는 회사의 규모에 반하여 아주 미미한 인물상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이다. 게다가 인물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촘촘하게 설정하고, 권력자인 억만장자를 추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에게는-전세계인이 고통받는 팬데믹 기간에 자가격리 중이랍시고 저렇게 즐기고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결국 돈의 힘이라서- 그것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이입하게 된다.

라이언 존슨은 '나이브스 아웃'을 제목에서 빼기를 원했다.

실제로 기사에서 감독이 한 말이다. 새로 창조된 사설 탐정이 아니라 브누아 블랑이라는 기존에 있던 캐릭터가 그대로 나오는 점을 빼면 글래스 어니언은 "나이브스 아웃 1"과 완전히 다른 각본이다. 나이브스 아웃 만큼의 영감을 받길 원했던 관객은 낮잠 자는 시간에는 낮잠을 자는 것이 옳다고 할 정도로 혹평을 했다. 제목에 괜히 그게 들어 있어서. 하지만 글래스 어니언은 이 영화만의 스토리텔링이 있고 나처럼 전편의 명성이 없이도 충분히 빠져들 만한 매력이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