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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죄인의 이야기 <언포기버블> 줄거리와 해석

by usesake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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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블록 주연 언포기버블

언포기버블 줄거리

영화는 집에 침입하려는 자들과 집 안에서 대치하고 있는 여자와 어린 소녀 를 불안한 앵글로 조금씩 비춰주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긴 시간 수감생활을 한 여자가 사회에 다시 나와서 생기는 일' 이라는 뻔한 내용이지만 형편없는 몰골에 수척하게 분장한 산드라블록을 보고 과연 어떤 줄거리를 이어나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산드라 블록 영화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그래비티'이다. 그래비티에서는 고학력자로서 우주에 나가 임무를 수행하는 캐릭터 였기에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대비되는 캐릭터로 등장부터 관객을 사로잡았으니 반은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석방되는 루스(산드라 블록)는 방금 출소하는 사람인데도 워리어같은 느낌이 없다. 오히려 불안하고 무기력한 얼굴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는 눈빛이어서 이 죄수 출신이 도대체 어떤 줄거리를 이어갈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루스는 차이나타운의 더러운 공동주택에 거처를 삼고 직장을 구하러 다닌다. 하지만 목수로 고용하기로 한 회사에서 고용을 거부한다.'경찰 살해범'이라는 협박 전화를 받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보호관찰관이 만일에 대비해 준 생선공장에 취직한 루스. 비린내가 역겹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불완전하기만 한 루스에게 한가지 완전한 생각은 헤어진 동생 캐서린(아이슬링 프란쵸시)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20년간-인생의 절반의 시간을- 수감생활을 한 루스에게 세계는 감옥에 가기 전 살았던 집이 아직도 전부다. 과거에 대한 기억과 아픔을 모두 간직한 추억의 집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다가 현재 살고 있는 집 주인의 배려로 집 안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어릴 때 헤어진 동생 캐서린에 대해 감옥에 간 후로 생사를 알 수 없어 20년간 수천통의 편지를 썼지만 단 한번도 소식을 알 수 없었던 루스는 예전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마침 변호사인 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명함을 받는다. 이것이 어떠한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길을 가던 루스는 목공작업 소리가 나는 건물로 올라가서 도울 일이 있는지 묻는다. 그렇게 최저임금을 받는 단기 임시직을 얻는다. 목수로서의 일은 루스에게 자신감을 주었는지 루스가 생선공장 동료에게서 거부했던 호의에도 반응하게 한다.

스티브(윌 풀렌)는 루스의 생활을 감시하고 있다. 처음부터 루스에게 어떠한 원한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는데 역시 경찰 살해범이라는 협박 전화를 건 자 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생선 공장에서 친해진 남자와 가까워져 루스는 자신이 살인죄로 감옥에 다녀온 사실을 털어놓는다. 예전 집에 살고 있는 변호사와의 대화에서 그랬듯 어떠한 관계에서든 거짓을 말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한 공장에서 경찰 살해범이라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엉망이 된 몰골로 보호관찰관을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는 말을 듣는다. 입양 간 동생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드디어 캐서린의 양부모들과 만나 마주앉게 된 루스는 잘 살고 있는 딸을 빼앗아 갈까봐 적대심이 가득한 양부모와 결국 마찰을 일으키고 만다. 그간의 분노를 모두 쏟아내며 공격적으로 구는 루스는 결국 동생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안그래도 힘겹고 잡음이 많은 루스의 삶을 미행하며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스티브는 어느 날 집에서 아내가 형과 외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스티브의 증폭된 분노는 루스에게 복수하려던 계획을 당장 실행하게 한다.

루스는 어떤 복수를 당한 것인지, 동생에 대한 집착이 루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죄 없는 죄인 영화의 감상 포인트와 해석

영화 초반 루스가 구한 목수로서의 일은 루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장치일 것이다. 목수일을 구하자마자 밝아진 모습을 비춰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생선 공장에서 친해진 동료 또한 전과자였고, 모두가 꺼리는 직장을 갖고 있지만 취미로 본인이 좋아하는 밴드 활동을 하며 사회에서 천대받는 현실을 탈피하는 듯 하다. 반증이라도 하듯 둘은 인생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것 처럼 행동한다. 두 사람에게는 약간의 웃음과 핑크빛 기류가 흐른다.

"당신도 애들을 위해서라면 똑같이 할 거예요! 그 앤 겨우 5살이었다고요!" 그랬다. 루스는 죄를 짓지 않은 죄인인 것이다.

양부모와의 접견에서 캐서린을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태도가 아닌,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태도가 아닌, 공격적이고 방어적이고 맹목적으로 캐서린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던 점이 이해가 된다. 그녀를 위해 엄청난 선택을 한 루스이기 때문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언니는 동생을 엄마처럼 돌보았을 것이고 그것이 그녀의 모성애를 발휘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어린 여동생을 딸처럼 키웠을 루스이기에 모든것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녀 또한 어린 나이였다.

"난 쥐구멍만한 거지같은 감방에서 케이티 소식을 기다리며 20년을 버텼어!"

영화 중반 절규하는 루스의 대사를 통해 그간 그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한 선택과 그로 인한 희생을 캐서린을 만남으로써 보상받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렇게 밖에 행동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루스가 안타까웠으나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행동이 이해가 된다. 죄는 용서하지 못해도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고 동정심을 가진 자들(무료 법률 상담 변호사와 변호사의 아내 등) 이 있어 그나마 멸시로 전과자를 바라보는 세상에서 루스같은 사람들이 살아가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루스의 눈이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이다가도 희망의 불꽃이 일기도 했고 '언젠가 결실을 맺을 지 모르는' 씨앗을 심고 화분을 돌보게 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그런 장치들 덕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영화 속이나 현실이나 사람은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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