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고립된채 아내와 물리적인 거리를 사이에 두고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SF적이지만 "인간은 왜 쉽게 깨질 약속을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주제를 다룹니다. 우주의 고독속에서 "우주인"은 사랑의 진정한 가치와 삶의 의미를 깨달으며, 비로소 배우자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습니다.
줄거리
4년전 하늘에 나타난 초프라 구름을 수집하러 지구인 최초로 떠나 189일째 홀로 우주를 비행중인 프로하스카 야쿠프(아담 샌들러). 그는 유럽 우주국과 체코를 대표하는 영광을 안고 있습니다. 그는 일주일내로 곧 신비로운 구름에 닿게 됩니다.
그 무렵 사실 그는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주로 출발하기 전부터 징조가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의 아내 렌카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영상을 남깁니다. 그녀는 영상속에서 "(세계에서 제일 빠른 통신장비인)체코커넥트로 대화해도 정적만 가득한데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고 말합니다. 유럽 우주국 투마 국장은 이 영상을 야쿠프에게 전달하지 않습니다.
야쿠프는 아내에게 계속해서 전화연결을 하지만 그녀는 응답을 받지 않습니다. 그녀는 짐을 싸고 있습니다. 헤즐넛잼을 끌어안고 응답하지 않는 화면을 응시하는 야쿠프는 약간 쓸쓸해보입니다.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잠들었는데 고장난 화장실 소음을 들으며 그나마 든 얕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거울을 보는데 피부밑에서 거미가 기어다닙니다. 괴성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다행히 꿈이었습니다.
지금 이 우주선의 카메라 절반은 고장났습니다. 야쿠프는 카메라를 수리하면서 며칠 째 응답하지 않는 아내를 떠올리고는 집으로 사람을 보내서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같은 시각 그녀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로 떠나고 있습니다.
또다시 렌카에게 전화연결을 해보지만 응답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지금 집에 없습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이 때 야쿠프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어떤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야쿠프는 사물함이 열려 어질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때 화장실에서 또다시 소음이 들려 갔다가 징그럽게 생긴 생명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문을 닫습니다. 아쉽게도 선내 카메라가 모두 고장나서 지구의 관제소에서는 이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야쿠프는 자신이 헛것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헛것인지 아닌지 급히 에어록으로 피신해 선내 소독을 진행합니다. 노란 봄바 소독액이 시야를 가리자 야쿠프는 샛노란 유채꽃밭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기억이 떠오르며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아내 렌카가 보고싶지만 그는 며칠째 그녀와 통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가 현재 가진 공허함의 이유입니다. 소독을 마쳤지만 거미같이 생긴 그 생명체는 여전히 선내에 있었고 심지어 야쿠프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 외계 생명체는 그를 해칠 생각이 없다고 온순한 태도로 야쿠프에게 말을 겁니다.
이 외계인은 지구를 관찰하고 인간의 역사와 언어를 익혔지만 인간의 지식을 알아도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 우주선을 만나 야쿠프의 외로움에 호기심이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야쿠프의 외로움을 해결하는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눈앞의 이 존재를 믿기 어려운 야쿠프는 넋이 나가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청해보기로 하고 침실로 도망칩니다. 그는 내가 미쳐버린건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꿈속에서 아내 렌카와 살게 될 집을 짓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직 목재로 된 골조밖에 지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골조를 어루만지며 함께 하게 될 미래를 약속하였습니다. 야쿠프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나 침실밖을 살핍니다. 이 때 또다시 과거의 기억을 봅니다. 아내 렌카가 "사랑한다는건 내 일부를 파내고 상대로 채우는거야. 난 나를 전부 갖다버려서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어. 당신은 뭘 포기했어?"라고 책망하고 두 사람은 다툽니다. 이 장면은 바로 야쿠프가 1년간 우주로 떠난다는 말을 아내에게 했을 때 그녀가 보인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시각 지구에서는 렌카가 엄마에게 혼자인 산모를 위한 시설로 들어가겠다 말합니다. 그녀는 이미 야쿠프와 헤어질 결심을 했고 태어날 아이와 홀로 지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이제와 깨달은 야쿠프와 그의 아내 렌카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해석
야쿠프는 이 외계 생명체에게 '하누시'라고 이름을 지어줍니다. 하누시는 은하와 블랙홀을 지나 우주와 시간을 헤메며 위안을 찾아다녔고 그러다 야쿠프와 만났다고 말합니다. 마치 서로 일면식도 없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기적으로 표현되듯 말입니다. 하누시는 무언가가 자신의 행성에 쳐들어와 타의로 터전을 잃고 우주로 떠나왔습니다. 여기에서 하누시는 야쿠프도 그런 동일한 맥락의 외로운 처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누시는 초프라 구름 입자는 '시작'에서 온 입자라고 말합니다. 초프라 구름 안에는 시작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말에 야쿠프는 아내 렌카와의 사랑의 '시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는 렌카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한 기억을 보며 정면으로 되돌아보기를 괴로워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보기를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감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과거의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책임감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 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자아 이미지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사회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행위가 약함이나 실패로 해석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다섯째, 인간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의 실수를 되돌아보고 이를 극복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야쿠프는 금이 간 결혼 생활의 원인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우주로 나와있는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애써 부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 렌카를 만났을 때 자신이 바란 것은 그녀가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어느샌가 그 마음을 잊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녀가 바란 것은 야쿠프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었는데 삶을 함께 하기로 했으면서 그녀가 겪는 공허와 미래에 대한 불안, 살면서 아이를 갖고 자신들이 희생하게 될 일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을 야쿠프는 알려고 하지 않았고 본인의 일만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기심과 근시안이 인간의 종족 특성인줄 알고 왜 그럴까를 탐구하던 하누시는 렌카의 눈으로 그녀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저 야쿠프만의 이기심이었고, 그가 겪는 외로움 역시 그가 자초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누시는 야쿠프도 자신과 같이 외로운 존재인줄 알고 흥미를 가졌었지만 사실은 위선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하여 떠나버립니다.
야쿠프는 언제나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렌카를 바라봐주었더라면, 우리의 만남이 비로소 기적이었다며 후회합니다. 초프라 구름 속에 인류가 원한 기적과 신비로움이 모두 담겨있을 줄 알았지만 사실은 곁에 있는 짝꿍을 만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초프라 구름 속 모든 것의 시작과 끝 속에서 하누시와 야쿠프는 자신들의 끝을 받아들이려는데 갑자기 구조될 희망이 보이자 야쿠프가 "이제 두려워졌어."라고 말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지만 변화해야 할 때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는 동시에 잘못을 바로잡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하누시는 그것이 인간이 가진 지혜임을 일깨워줍니다.
감상평 "인간은 왜 쉽게 깨질 약속을 하는걸까?"
이 영화는 '인간은 왜 쉽게 깨질 약속을 하는걸까?'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가 사랑을 시작할 때 세상을 다 줄 것 처럼 굴었지만 결국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채로 살아가는 야쿠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곧바로 "필요할 때만 타인에게 손 내미는 존재와 진정으로 함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직설을 날립니다.
인간은 종종 현재의 감정, 상황에 따라 약속을 하곤 합니다. 이러한 결정들은 순간의 열정, 낙관주의, 또는 타인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지만, 때로는 실제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이나 미래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우선순위가 변하거나 예상치 못한 장애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처음 약속 당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쉽게 깨질 수 있는 약속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변한다는 것도 알면서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약속한 것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약속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1년동안 홀로 우주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평범할 리 없잖아, 그녀는 다 알고도 결혼한거야. (그러니 그녀의 책임도 있어.)" 우주국 국장이 아내 렌카를 만나러 가는 헬기안에서 한 말입니다.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수 없습니다. 렌카는 야쿠프의 사랑을 믿었던 것 뿐입니다.
영화 우주인은 우주에서는 지구인의 삶이 작은 먼지 같을 뿐이더라도 비로소 우주인이 되면 그 작고 소중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하찮아보이는 먼지일지라도 우리는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존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