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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전 SF 한국 블랙코미디 추천 <지구를 지켜라!> 감상평

by usesake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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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2017년 개봉해 대흥행한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이 영화는 고유의 유머와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이 인간 사회에 숨어 살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요 등장 인물로는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 등이 있으며,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인상적인 캐릭터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 감상평: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일단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하게 되면, 두 번째에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한 뜻을 유추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한국에서 마케팅 부작용이 있었던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처럼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잘못된 마케팅으로 인해 영화의 작품성 따위는 제쳐두고 '속았다.'며 영화까지 저평가되는 일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2003년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로 장준환 감독은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강만식이자 외계인 왕자 역을 한 백윤식은 이 영화로 2003년 대종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총 4개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저예산 B급 코미디물인줄 알았지만 점점 병구의 과거사 이야기가 드러나며 스릴러로 전환되는 반전 영화입니다. 거기다 영화의 결말에는 SF의 요소까지 더해져 "지구를 지켜라!"는 의외의 다채로움이 있습니다. 강만식 사장이 거창하게 주장하는 '가속성 공격 유전자'를 가진것은 사실 외계인 왕자 본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선에서 신하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뺨을 때리는 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바지를 벗겨놓고 병구를 체벌하던 담임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담임도 외계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네놈들은 다시 또 유전자 조작을 할 거라고!"라며 비아냥거렸는데, 정작 본인은 대리운전을 불러놓고 제멋대로 비용을 반으로 깎으며 '너 내가 누군지 아냐,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싶음 그러면 안된다'고 일갈하면서 대리운전 기사의 주먹을 부릅니다. (실제로 대리기사는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인간답게 침을 뱉고 욕만 하고 자리를 피합니다.) 정작 공격 유전자를 발동시키는 것은 강만식 본인이란 말입니다. 부유한 자본가로 설정된 강만식이 노동자 계층인 대리기사의 불행에 일조하여 주무르면서 그들의 노고를 폄하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지구를 파멸시키는 것을 보면 지구인을 동등한 생명체가 아닌 자신들보다 열등하고 하등해서 자신들 멋대로 멸망시켜버려도 되는 존재로 여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속성 공격 유전자는 바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병구가 겪는 여러 트라우마와 허무맹랑해보이는 외계인설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현대인의 분열된 자아를 반영하는 것 같아 병구와 같은 아픔이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가혹했던 그의 생애의 큰 사건들을 겪고 나면 누구나 현실을 부정하고 망상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겪지 않아도 될 비극을 겪은 것이 오롯이 내 탓인 것만 같아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결국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처럼 병구 역시 당하고만 있지 않고,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납치해 그들에게 외계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고통을 줘도 되는 (병구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다음 하나씩 제거합니다. (결말은 그들이 정말로 외계인이었기 때문에 병구를 향한 시청자의 안타까움이 가중됩니다.) 병구는 그를 좇는 경찰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연쇄 살인마로 비춰지지만 그는 사실 폭력에 노출된 최대의 피해자였으며, 병구가 잔인하게 되갚아주는 계기가 되고 이는 곧 폭력은 상황을 악화시키며 양쪽 모두에게 영구적인 상처를 입히거나 피해자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병구의 학창시절에 양아치들이 그를 괴롭히지 않았더라면, 담임이 그토록 모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면, 간수에게 폭행당하지도 않았더라면, 사랑하는 연인이 구사대에게 맞아 죽는 일이 없었더라면 그들도 지금은 살아있을 것이고 병구도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폭력은 윤리적, 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행위입니다. 대신 대화와 타협,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대화가 없다면 삶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영화에서처럼 외계인이 지구를 일방적으로 몰살하는 짓을 인간이 서로에게 행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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