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왕자는 필요없어. 댐즐은 용감하고 강인한 공주가 위기에 처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아가는, 여지껏 전래되어 오던 공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 영화입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브라운'이 주인공을 맡아 드래곤과 대적하는 강인한 연기를 선보이며 "붙잡혀 비탄에 빠진 처녀(=댐즐,Damsel)"라는 뜻을 가진 제목을 비꼬며 역설합니다.
댐즐 줄거리
영웅적인 기사가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하는 기사도 이야기는 많습니다.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날 한 왕국이 군대를 이끌고 평화롭게 동굴속에서 새끼를 품으며 살고 있던 드래곤을 습격합니다. 국왕은 동굴속에서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새끼 드래곤 3마리를 모조리 말살해버립니다. 분노한 어미 드래곤이 이들을 저지하자 왕은 자신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며 애원합니다.
수백년이 지난 후 어느 북쪽의 척박하고 '머나먼 나라'는 기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 머나먼 나라의 공주 엘로디(밀리 바비브라운)에게 청혼이 들어옵니다. 오레아 왕국의 여왕에게서 온 이 친서는 엘로디의 아버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딸을 번영한 오레아 왕국에 시집보냄과 동시에 기근을 해소할 재물 또한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결혼식 전날 밤 엘로디의 새엄마는 오레아 왕국과의 결혼에 불길한 느낌이 있다고 의문을 품지만 엘로디의 아버지는 이미 오레아 왕국과 결혼계약을 한 뒤였습니다. 그렇게 결혼식 당일이 되고 엘로디는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한 겹, 한 겹 웨딩을 위한 공주님다운 거추장스러운 의복을 걸치며 치장을 합니다. 코르셋을 힘껏 조이고 치마를 풍성하게 하는 통발같은 것들을 입습니다. 오레아 왕국의 왕자 헨리와 머나먼 나라의 공주 엘로디는 반지를 주고 받는 웨딩 세레머니를 한 뒤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왕자 헨리는 엘로디에게 조상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고대 의식을 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험준한 바위산을 올라 도착한 곳에는 가면을 쓴 귀족들이 기다리고 있고 분위기가 스산합니다. 구덩이 위를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지나 단상에 다다르자 의식이 시작됩니다.
오레아의 왕비는 왕국의 역사를 연설하는데, "오래 전 이 섬에 먼저 살던 야만적인 괴물들이 자신들을 공격했고 그리하여 왕이 군사를 모아 괴물을 처치하려 했지만 실패하여 왕국의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왕의 세 딸들을 바쳐야 했던 전설이 있다. 우리 왕국은 그리하여 탄생했으며 대대로 그 희생을 기려왔다."라고 합니다. 그와 더불어 엘로디와 왕자의 손바닥을 칼로 그어 둘의 피를 합침으로써 엘로디에게 오레아의 왕자비로서 명예와 의무를 상속받았다고 말합니다. 의식은 상징적인 행위처럼 진행되고 엘로디는 왕자만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의식이 끝났다는 말을 듣자 안도합니다.
헨리는 갑자기 엘로디를 안아 듭니다. 구덩이 위를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이렇게 건너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눈을 감고 나를 믿으라는 헨리 왕자의 말에 미소지으며 왕자의 어깨에 기대는 엘로디의 운명은 곧 처절한 비명과 절규로 바뀝니다. 가시덩굴이 자란 깊고 깊은 구덩이 아래로 떨어진 엘로디는 곧 주변에 널브러진 누군가의 웨딩 주얼리들을 보고 자신이 제물로 바쳐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때 엘로디의 비명을 듣고 나타난 어미 용이 이내 그녀에게 벌을 주듯 그녀를 좇습니다. 어미 드래곤은 "너희 혈통이 빚진 것을 갚으라."라며 알수 없는 말을 합니다. 엘로디는 바위 동굴의 좁은 틈새로 피신해 드래곤이 뿜어대는 화염으로부터 간신히 살아 남았습니다. 좁고 어둡고 험준한 동굴 속을 헤메다 발광하는 벌레와 제물로 바쳐져 비탄에 빠진 소녀들의 이름이 적힌 곳들을 지납니다. 그녀들의 환영을 보고 살아 남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엘로디는 동굴 벽에 그려진 약도를 따라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미 그녀의 옷과 몰골은 만신창이였지만 눈빛과 강인한 의지는 빛나고 있었습니다.
주연 밀리 바비브라운이 보여주는 섬세하고 강인한 연기가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이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로 괴물로부터 도망치거나 대적하기에 전문이 된 밀리 바비브라운의 공주님이라는 이미지 변신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관람하도록 합니다. 그녀는 매우 우아한 모습이지만 교만하지 않은 공주를 잘 연기했으며, 한껏 꾸며진 모습이었다가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쳐 관객이 주인공인 엘로디를 응원하게 만듭니다. 댐즐(Damsel)의 영어 뜻은 결혼하지 않은 (무결한)처녀라는 뜻인데, 주로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무고하고 비탄에 빠진 소녀 캐릭터 유형을 통칭합니다. 그들은 연약하게 비춰지며 다른이의 모함이나 타의로 인해 비극적인 숙명을 맞이하는 운명을 가진 것으로 묘사됩니다. 영화 댐즐은 직설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런 캐릭터를 뒤집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밀리 바비브라운의 연기력이 묘사하는 주인공 엘로디의 모습은, 댐즐을 타파하려는 의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영화가 주는 메세지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댐즐 결말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댐즐이 통칭하는 이미지를 타파하는데에 성공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엘로디와 그녀가 해방시킨 어미 드래곤의 숙명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을 감상하는 내내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습니다. 오락영화로도 훌륭하며, 특히 배를 타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억압되고 수동적인 여성들에게 통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