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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재난 영화 추천<엑시트> 풍자 해석과 감독의 메시지, 감상평

by usesake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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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중간까지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탈출을 해내고 중반부터 마지막까지는 두 주연의 고군분투를 비춘다. 영화 시작 초반 20분 이내에 본론으로 들어가는 전개는 이 영화에 잔뜩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본격적인 재난 상황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주인공의 행동 양식을 간결하지만 섬세하게 연출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 엑시트

사회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감독의 메시지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로 후배들에게 기초를 가르쳤던 기백은 현재에는 미래가 재난수준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고 장발을 한 것을 봐선 취업 활동을 안 한지 꽤 된 것 같은 모양새다. 용남 어머니의 70세 생일잔치에서 용남은 친척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장가 못 갔고 취업준비중이라는 말로 대화를 원천 차단한다. 취업준비생 일때가 생각나며 애환이 느껴진다.

직속 상사가 고백을 했다. 그것도 결혼도 아니고 연애 하자는 고백. 오늘날 '구애갑질'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모른다. 그 상사가 없어지던가 내가 그만두던가 하지 않는 이상 거절한다고 해도 없었던 일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커리어를 그만두는 사태를 유발하게도 한다.

엑시트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유독가스를 퍼뜨린 것은 해고 된 뒤 특허 소송에서 패소한 연구원 출신 창업가이다. 단단히 억울한게 있는 모양인지 경영진을 협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살테러를 일으켰다고 극중에서 뉴스로 보도된다.

밤 늦게까지 입시 학원에 모여있다 그대로 갇혀버린 청소년들.

눈에 띄는 높은 건물 옥상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높은 건물에만 원서 넣을거야!"라고 한 맺힌 듯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화려하고 잘 나가는 대기업에 취업해서 남들보다 순탄하게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를 풍자하는 요소이다. 실제로 돈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단독 주택을 제외하면 고층 건물에 거주하는 경향이 있다. 두 주연이 기를 쓰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탈출' 중이라는 것만 빼면 인생에서 정상을 향한 젊은이들의 발버둥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긴박한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 이 건물의 책임자를 찾는데 버젓이 본인이 책임자이면서 건물주인 아버지가 책임자라는 소리를 하는 점장은 웃기는 요소인 동시에 가진 자산에 비해 책임감은 없는 부자 집단을 풍자하기도 한다.

웃음을 자아내는 생존을 건 코미디 액션

두 주연이 흔히 재난 상황에서 보여주는 어쩔줄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아닌, 의외로 상황을 너무나 잘 헤쳐나가는 것이 재미 요소로 다가온다. 상황의 부조화라 해야 할까. 분명 무능한 백수라고 치부했는데 너무 멋있는거 아닌가? 엑시트는 코미디 장르이긴 한데 웃긴 내용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배우들의 연기가 즉흥 연기 마냥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긴박한 상황을 조금씩 해소하는 것을 보며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 뿐이다. 각각 생수와 클라이밍 장비, 봉지와 박스테이프를 챙기는 것은 예상했는데 쓰레기 봉투를 온 몸에 둘러 입고 그렇게 뛰어다닐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지를 발휘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우스꽝스러운 연출에 탄성을 자아낸다. 로프를 묶은 아령을 옆 건물로 던져서 로프가 버틸 무게를 맞출때는 그럴 상황이 아니지만 그 연기도 마치 즉흥적인 연기 같아서 웃음이 난다.

두 번째 헬기가 드디어 이들을 찾았을때 '아니, 벌써 탈출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들도 살고 싶으면서 아이들의 구조를 우선시 하며 재난 속에서 더 빛나는 이타적인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이 요소는 두 사람의 울먹거리는 연기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마침내 가장 높은 타워크레인으로 향하는 뜀박질에는 결의가 보인다. 비장하게 이를 악물고 달리는 두 사람이 분필가루를 나누는 장면은 주인공들의 심박수만큼 내 심장도 뛰게 만든다.

달려나가는 두 사람 옆으로 '35년.. 잘 버텨줘서 고마워!' 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남자 주인공은 35살일까?

엑시트 감상 후기

개연성 없이 억지로 감정을 강요하는 요소 없이, 재난 영화라면 뻔히 있는 클리셰들 하나 없다. 엑시트는, 온 몸의 근육들을 쥐어짜내가며 몸을 써서 클라이밍을 하고 전력질주로 달리고 영특한 기지를 발휘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한국식 고급 재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두 청춘이 타워크레인에 올라 결국 성취해낸 것을 보면 앞으로 그들의 삶은 탄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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