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은 성경에 나옵니다. "There will be blood in the wooden buckets and stone jars." 감독은 주인공에게 곧 재앙이 닥침을 암시함과 동시에 많은 이들이 흘리는 피를 석유에 비유했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돈만 밝히는 주인공 플레인뷰와 사이비 종교를 사업으로 삼은 일라이를 대칭적으로 비추며 둘의 욕망은 결국 비슷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플레인뷰
데어 윌 비 블러드 주인공 플레인뷰는 금광에서 채굴을 하다 오일러쉬를 타고 석유사업에 뛰어든 남자입니다. 성공에 눈이 먼 냉정하고 고독한 인물입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난 욕심이 무척 많아. 딴 사람 잘 되는 꼴 못보고 사람도 싫어해." 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말을 이복 동생에게 하면서 "속내를 볼 정도로 친해질 필요는 없어. 같이 일하는 놈들을 도무지 못 믿겠어." 라고 덧붙여 말하며 웃었는데, 랜턴이 비친 그의 웃는 얼굴이 기괴하게 느껴지며 마치 복선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그는 이복 동생을 사칭하는 사람이었고 결국 이를 알아챈 플레인뷰가 그를 죽입니다. 진짜 이복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지만 동생이 남긴 일기장 속 형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읽으며 홀로 슬픔과 고독과 싸웁니다.
애지중지 잘 키우던 아들이 사고로 농인이 되고나서 말썽을 일으키자 아들을 농아학교에 보내려고 기차에 혼자 두고 내린 후에, 누군가 아들의 안부를 묻는데도 감정 변화가 일체 없는 표정으로 자연스레 화재를 돌리는 모습과, 종종 보이는 대답하기 싫은 것들 또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모습들을 봤을 때 플레인뷰는 야망이 큰 사람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송유관을 설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입하지 못하고 있던 땅을 매입하러 가는 플레인뷰는 땅 주인의 "제3계시교에서 보혈을 받으라"는 협상에 응합니다. 제3계시교를 '할렐루야 쇼'라고 비아냥거리던 플레인뷰는 교단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일라이에게 뺨을 맞고 자존심을 구기며 하나님의 은총을 외칩니다. 잠깐동안의 수치스러움은 플레인뷰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입니다. 플레인뷰의 "송유관을 얻었어."라는 대사와 배경으로 들리는 노랫말 "참으로 놀라운 보혈의 능력이도다" 라는 대사가 겹쳐 나오는데, 마치 자본과 종교가 결국 같은 목표를 가진다는 뜻으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종교를 상징하는 일라이
데어 윌 비 블러드 또다른 주인공 일라이는 "할렐루야 쇼"를 하며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는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는 인물입니다. 석유 사업을 위해 방문한 플레인뷰 일행에게 값을 흥정해 많은 돈을 축적하려 하고 계약한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오일러쉬를 타고 인구 유입이 늘자 교인들이 늘어 교회를 증축했는데도, 석유 시추가 성공하자 플레인뷰에게 가서 대뜸 석유가 나오면 주기로 한 5천달러를 달라고 합니다. 석유를 시추하다 불이 나고 플레인뷰의 아들이 귀가 멀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플레인뷰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맞으면서도 "이런 재해가 일어난게 내가 축성을 못하게 해서 그런 것이다." 라며 비인간적이고 철저히 사이비 종교에 몰두한 교주 같은 발언을 합니다. 일라이는 땅을 매입하기 위해 세례를 받으러 온 플레인뷰에게 드디어 종교적인 권위를 행사하게 됩니다. 교단에 무릎 꿇은 그의 뺨을 사정없이 내려칩니다. 지난 번에 두들겨 맞은 것을 갚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세례식을 끝내고 "형제가 생겼다. 그가 5천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으니 기대하겠다." 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인정사정없이 성공에 몰두한 플레인뷰처럼 일라이도 그를 수단으로만 (자본) 보는 것이죠.
마무리하며
영화 후반부 성인이 된 아들이 찾아와 멕시코로 가서 석유사업을 할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플레인뷰는 볼링장도 있는 멋진 대저택에 살면서도 아들이 경쟁자가 됐다며 아들에게 모진 말들을 퍼부으며 쫓아냅니다. 이미 엄청난 부를 쌓고 성공을 했는데도 왜 그렇게 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본인의 몰골은 초점을 잃은 눈빛에 술에 절은 타락한 모습이면서 말입니다. 고급 양복을 입은 번듯한 모습에 십자가를 목에 건 일라이가 플레인뷰의 저택에 와서 함께 비즈니스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에 플레인뷰는 "나는 거짓 예언자이고 하느님은 미신이다!"를 신도들 앞에서 외칠 수 있다면 함께 하겠다고 하자 일라이는 서슴없이 목청 높여 외쳐댑니다. "나는 죄인이다! 주여 용서하소서"를 외치며 송유관을 따낸 과거의 플레인뷰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