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는 3월 3일 삼겹살데이에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 미나리는 삼겹살구이에 싸서 먹으면 맛있는 식재료로도 유명합니다. 영화 미나리는 미나리 농사에 성공을 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을 그리는 신파극이 아니라, 독립영화 같은 한 가족의 초상화를 보여줍니다.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할머니답지 않아서' 유쾌하다가, 끝에 가서는 할머니 답지 못해서 슬픈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서 처연합니다. 영화 미나리는 가장으로서 성공하고 싶은 아빠와, 무엇보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는 엄마가 대립하는 것을 보여주며 전체적으로 웃음기 뺀 이민 가정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꿈이 없으면 미래도 없어.' vs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게 중요하지.'
가든을 꾸린다는 말로 엄마 모니카를 회유해, 온 가족이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있는 아칸소로 이사를 왔습니다. 살게 될 집은 심지어 트레일러입니다. 모니카는 기겁을 하고 아빠 제이콥을 향한 불신과 배신감이 눈에 비칩니다. 모니카는 이런 집에서 히피처럼 두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만 합니다. 안정적인 수입도 없는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모니카는 제이콥이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실력이 좋으니 거기서 일하면 두 아이들을 키우는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이콥은 오래전부터 꿈꿔 오던 농장 일을 성공하고 싶은 야망에 차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아들에게 떳떳하고 싶어합니다.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로서 업무 능력은 뛰어났지만 하루 종일 앉아서 그 일을 하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습니다. 집 주변에는 한인교회도 병원도 학교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이콥은 기름진 토양을 보고 확신에 차 있습니다. 뭐든 심기만 하면 잘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주먹구구 식으로 본인만의 데이터를 이용해 우물을 파고 곧바로 땅을 일굽니다. 그렇게 해서 잘 되면 좋겠지만 경험이 없는 제이콥은 확신만으로 가득해서 언제 상황이 변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미나리에서 엄마 모니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병아리 감별사 일을 시작한지 6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실력을 키우면 급여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데이빗은 심장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큰 돈이 들지 몰라 모니카는 불안합니다. 그래도 제이콥을 따라 삶을 꾸려 나갑니다. 아이들을 위해 그네를 만들어주고 트레일러에서 집안일을 합니다. 아이들을 돌봐줄 어른이 없기도 하고 아내 모니카도 달래줄 겸 제이콥은 장모님을 한국에서 모셔오자는 것으로 딜을 마쳤습니다. 모니카는 한동안은 잠잠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온 외할머니를 보고 데이빗은 할머니 같지 않게 생겼다며 낯설어합니다. 어린이의 눈에 마녀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목소리가 걸걸하고 마른 체형에 얼굴에 허옇게 화장도 했습니다.
제이콥은 일군 땅에 고춧가루를 위한 고추를 심을 줄 알았는데 파프리카, 가지 같은 것들을 심습니다. 태양빛이 쨍쨍하고 드넓은 벌판에 수확한 고추를 말려 곱게 갈면 훌륭한 고춧가루를 공급할 수 있고 값도 후하게 받을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한국에서 온 할머니는 엄마 아빠가 아침 일찍 출근해서 데이빗과 앤이 일어나서 직접 아침을 챙길 때 까지도 별로 도움이 되는게 없습니다. 데이빗은 그런 할머니에게 할머니로서 뭘 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달콤한 진저쿠키나 따뜻한 팬케이크같은 것들도 못 만들고 동화책도 읽어줄 수 없는데 할머니라고 하니까 못마땅합니다. 대신에 그녀는 화투를 가르쳐주고 아이들을 집에서부터 먼 습지까지 데리고 산책을 나갑니다. 할머니는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그 습지에 뿌립니다. 할머니는 평소에 엄마 아빠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가르쳐주며 자신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합니다.
미나리가 가진 상징과 은유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가 가진 강한 상징과 은유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다고 합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물만 있으면 잘 자라고 한번 죽고 나면 다음해에 더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진 식물입니다. 영화의 에필로그에서는 과연 제이콥이 장모님의 말을 귀담아 듣고 미나리 사업을 할 생각을 했을까요? 무성하게 자라 넓게 퍼진 미나리를 수확하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미국에서 고군분투 하는 삶을 과장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표현한 영화 미나리처럼 그들은 다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