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감상평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에서 정해진 결말(종말을 맞는다던가 새로운 희망의 불꽃을 보며 끝난다던가 하는) 을 상회하는 내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하며 보게 되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내용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고조되어 다음에 일어날 일이 무엇일지 엄청나게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만큼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 심리상태를 심도 있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연출해서 뻔하지 않은 재난 영화를 만들었고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두 번째 볼 때는 처음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밌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둑알이나 부츠, 서명을 하는 이병헌, 통조림 캔의 의미, 바퀴벌레 등 그냥 지나치면 안될 여러 의미가 담긴 장면들-그러나 나중에 깨닫게 되면 더 흥미로워지는-과 까메오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하는 행동들-예를 들면 손에 쥔 것,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는 사람들-처럼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영화를 두 번째 보면 새롭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정보 및 줄거리
포스트 아포칼립스,재난, 드라마, 액션, 스릴러, 느와르, 미스터리, 블랙 코미디, 디스토피아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서울에 아파트 가 막 지어지기 시작하던 1970년대의 뉴스 인터뷰 영상자료로 영화가 시작된다. 건축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건물들이 변화해가고, 평수가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하더니 50평형대를 넘어서기 시작하고, 부동산에 공지된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억, 20억 단위로 호가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현대에 다다른 지금, 온 사방에 아파트가 척척 들어선 2023년 12월 경 이상저온으로 영하 26도까지 육박하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멀리서 지각을 통째로 들어엎는 엄청난 지진이 서울에 당도한다.
그리고 그 콘크리트 더미 지옥 속에서 홀로 우뚝 선 것이 바로 민성(박서준)이 살고 있는 황궁 아파트 103동. 어쩌면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였다.
소식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김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지옥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더할나위 없는 유토피아가 된 황궁아파트 103동과 부러울 것이 없던 주민들 사이에 끝없는 생존 경쟁 속 갈등이 시작된다. 여지껏 없던, 결코 뻔하지 않은 한국식 재난 영화.
영화 등장인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민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새 입주민 대표 역을 맡은 이병헌을 비롯해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배우가 출연했다.
인간의 본능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황궁아파트 103동 사람들은 우연한 계기로 주목을 받게 된 이병헌(김영탁 역) 을 영화 설국열차의 메이슨을 연상케 하는 부녀회장 김선영(김금애 역) 이 부추겨 리더를 만든 후 아파트에 대한 희생정신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앙한다. 또한 희생정신은 물론 윤리적 책임감이 있는 간호사 역할의 박보영과 행정 공무원 출신인 박서준의 무기력하지만 규정을 준수하고 명령에 따르는 공익적 목적성을 잘 보여준 연기가 매우 현실성 있어 인물간의 갈등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까메오로 등장하는 감독의 남동생 엄태구의 연기도 긴장이 감도는 영화에 가벼운 웃음과 동시에 복잡한 복선을 준다.
대규모 재난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이 만들어 내는 어두운 분위기를 현재의 한국 사회에 빗대어 충격적이고도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초반에 언급되는 아파트의 계급화 문제와, 이러한 계급화가 지진으로 인해 정반대로 뒤집혀지자 결국 주민들과 외부인 사이에 계급을 나눠 그들을 배척하고 선민의식을 갖는 모습은 배척과 갈라치기가 발생하는 현대 사회를 돌이켜 보게 만드는 요소이다.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감안해도 이기적인 선택들과 점점 인간성을 잃어간 행보 끝에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공동체를 이탈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여러 부분에 있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아파트 속 입주민 공동체는 영화 '미스트'의 슈퍼마켓 내 생존자 공동체를 연상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인 신분의 영탁이 정체를 숨기고 주민 대표를 맡게 되면서 주민들이 영탁에게 의존적이 되는 동시에, 갈수록 외부인을 배척하고 점점 더 폭압적으로 되어 가는데도 자신들의 방식이나 방법론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뿐더러 못하게 막는 점. 애당초 자가 생산이 불가능한 환경인 탓에 황궁아파트 103동 외의 것들을 탐색하며 발견하고 가져오다가, 약탈로 변질되는 부분들을 합리화하는 인지왜곡적 사고와 집단적 폭력이 점차 강화된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국제 장편 영화 부문 출품
영화진흥위원회는 17일 공식 누리집을 통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내년 3월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에는 국가당 한 편만 출품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선정됐다. 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아파트라는 건축물은 계급과 부를 상징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며 서민 아파트 황궁만이 건재한 이후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모습이 인물 군상들의 다양한 욕망을 잘 드러내 줬고 주인공 이병헌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했다고 밝혔다.또한 영웅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보통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 안에는 아카데미를 감동시킨 영화 기생충에서 발견되는 계급이라는 화두를 다루고 있고 결말 또한 자못 그 가치가 크다며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고,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 균형을 잘 잡고 있으며, 다소 보수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거부감 없이 소구할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앞서 152개국 선판매를 기록했으며,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6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제43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 글로벌 영화제에 초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