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감상평, 포레스트의 삶을 관통하는 이름 '제니'

by usesake 2024. 1. 18.
728x90

원작 윈스턴 F. 그룸 Jr. - 소설 《포레스트 검프》 , 드라마, 코미디, 로맨스 1994년 개봉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포레스트 검프

검프의 삶을 관통하는 이름 '제니'

지능이 75. 그런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입학시킴으로써 그는 제니를 만났다. '바보란 지능이 조금 낮다는 것 뿐'이지 호의와 배척을 구분할 줄도 모르는건 아닌 포레스트는 첫 만남부터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제니를 콩과 콩깍지처럼 생각하며 졸졸 따라 다녔다. 큰 나무에서 둘은 함께 책을 읽고 거꾸로 매달리며 놀았고 때때로 해가 지고 별이 뜨는 것을 기다리기도 하였다. 제니는 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였다. 제니에게 집은 안전하지 않은 곳이었다. 포레스트에게 제니는 유일한 친구였다. 제니는 포레스트에게 달리기를 일깨워 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 대륙을 횡단하는 달리기 말이다. 영화의 말미에 포레스트가 자신이 제일 잘 하는 달리기를 하는 것과 처음 달리기에 눈뜨게 된 계기가 제니인 것은 서로 오버랩 되는 것이 어쩐지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에게 학대당하는 무기력한 제니가 또 다른 괴롭힘 당하는 또래 소년에게 소리쳐 외치는 '달려! 어서 빨리 달려!' 라는 대사는 애처롭기만 하다. 하지만 덕분에 포레스트는 재능에 빨리 눈 뜰 수 있었다. 후에 제니는 학대하는 아버지로부터 분리되어 포레스트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할머니와 살게 되어 자주 포레스트의 침대로 몰래 들어와 함께 잠을 청하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둘은 가깝게 지냈다. 정의롭고 인정 많은 그녀는 포레스트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었다. 하지만 제니는 여학생만 가는 대학에 가는 바람에 포레스트가 기숙사 앞에서 늘 서성이며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녀를 기다렸다. 비를 홀딱 맞고 기다린 포레스트를 모른채 할 수 없는 인정 많은 제니는 그를 기숙사에 데려와 옷을 갈아입게 한다. 가슴에 털이 숭숭 난 건장한 청년 포레스트는 벌거벗은 제니와 한 침대에 있는데 그 때 까지도 이 기분은 무엇이고 내 몸에 일어나는 이 변화는 무엇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그에게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설명할 수 있게 될까? 반면에 제니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있다. 성인이 된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이제 곧 펼쳐질 자신의 세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시골에서 포레스트와 소박한 소꿉놀이나 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베트남으로 파병을 간다며 제니를 찾아가 보고하는 포레스트. 이 무렵 소원대로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포크송을 부르고 있는 제니. 그러나 뭔가 잘 안됐는지 장소는 밤무대이고 상의를 탈의한 채 저질스러운 남자들의 눈빛을 받으며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제니를 평가하거나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포레스트. 그저 제니가 위험에 처하면 구해줄 뿐이다. 베트남으로 파병가는 포레스트에게 위험에 처하면 그저 달음박질을 쳐서 도망치라는 당부를 하는 제니. 이번에도 달리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떠나버렸다.

베트남에서 여러가지 종류의 비를 4개월간 맞으며 매일 제니에게 편지를 쓸 때 그녀는 할머니집에서 짐을 싸서 영영 히피가 될 것 처럼 집을 떠나고 있었다. 그 빈집으로부터 수취인 불명으로 제니에게 매일 쓴 편지는 모조리 반송되고 말았다. 가엾은 포레스트. 포레스트의 삶에 그녀는 둘 밖에 없는 친구중 하나인데 그 무렵 제니의 삶에서 그는 1%라도 될까?

파병에서 많은 아군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포레스트도 제니에게는 관심밖이다. 그저 오랜 고향 친구와 재회한 것에 대한 기쁨 정도. 우리는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하는 제니. 그러나 제니는 몰랐다. 포레스트는 누구보다 전속력으로 제니에게 달려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시키는대로 힘껏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하면 그녀를 만날거라 믿으면서.

"너는 내 여자니까" 포레스트의 직구를 농담처럼 생각하고 마는 제니. 그녀가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그 어떤 가치있는 것 보다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포레스트가 이미 가지고 있는데 그녀는 또 다시 포레스트와 작별을 한다.

포레스트에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이름 제니

포레스트의 둘 밖에 없는 친구중에 하나였던 버바의 유언대로 새우잡이 배를 산 포레스트. 버바는 죽고 없지만 그는 그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런 그 배의 이름은 제니. 제니는 그 무렵 뭘 하고 있을까? 그녀는 클럽에서 마약을 하고 있다. 향락에 취해 있지만 이 삶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님을 마음 한 켠에 느끼고 있는 듯 하다.

포레스트가 억만장자가 되어 넘치는 돈을 기부하고 다녔어도 제니는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선택을 하지 않고 자신의 열망을 선택한다. 추측컨대 그 곳에서 대도시에 대한 열망을 숨긴 채 포레스트와 살면 끔찍하고 불우한 시절을 보낸 자신의 어릴 적 과거에 다시 갇힐 것만 같아 포레스트의 청혼을 거절한 거라 생각된다.

상실감에 어쩔 줄을 모르고 우두커니 있기만 하던 포레스트가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한건 늘 "문제가 생기면 그냥 달려" 라고 했던 그녀의 말 때문인지도 모른다. 위험에 처했을 때 그냥 달리라고 헤어질 때 마다 당부하던 그녀의 말이 여지껏 그를 구했지만 이번엔 반대로 포레스트가 달리는 게 상실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임을 알려주는 장치인 것 같기도 하다. 왜 달리냐는 인터뷰에서 그는 "몰라요 그냥 달리고 싶어서." 라고 했지만 인생 내내 그렇게 달려 제니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 제니를 향한 그의 무의식적인 행동인 것이다.

"멀리 있지 않을 테니 언제든 네가 필요할 때 불러." 포레스트는 제니를 향해 평생 그렇게 살아 왔다. 심지어 그녀가 땅에 묻힌 후에도 그는 제니의 묘비 옆에서 그럴 것이라 말하면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