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쟁에서 생존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나치 정권이 민간인을 학살하던 1941년~45년 홀로코스트 당시 폴란드에서 살아남은 피아니스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그는 여러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끝내 생존하고 맙니다. 영화적 장치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그가 살아남은 결정적인 일화인 독일 장교가 피아노 연주를 시킨 장면 또한 슈필만의 증언이 인터뷰되어 있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와 홀로코스트
영화 피아니스트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당시 폴란드 게토의 상황 자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슈필만이 연주하고 있는 폴란드 방송국입니다. 폭격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창문이 깨지고 건물이 파손됩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건물을 빠져나갑니다. 건물을 빠져나가다 유렉과 도로타 남매와 잠깐 인사를 나눕니다. 초롱초롱한 도로타의 눈빛이 그녀가 슈필만의 팬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주인공과 가족이 사는 집은 수도 바르샤바인데 라디오와 신문에서는 독일이 쳐들어와 폴란드는 정부를 이미 루블린으로 옮겼고 바르샤바에 새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가 곧 독일과 선전포고를 해 폴란드와 함께 싸운다는 내용이 나오며 슈필만과 가족들이 안도합니다. 하지만 이 때 까지도 그들은 몰랐을 것입니다.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학살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피난길에 들지 않고 자택에 남아있게 됩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슈필만과 가족들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롭습니다. 독일이 허용하는 소지 가능한 지폐를 초과하는 것들을 화분 밑에 숨길 것인지 바이올린 속에 숨길 것인지를 가지고 옥신각신합니다. 독일이 쳐들어와서 정세가 안좋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번 라디오 방송국에서 피신할 때 마주쳤던 도로타를 소개해달라며 유렉에게 전화를 합니다. 슈필만은 도로타와 데이트를 하러 왔는데 유대인 카페 출입 금지, 공공장소 출입 금지와 같은 차별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차별은 늘 있어온 일인 듯, 도로타와 길 한가운데 서서 유려한 말솜씨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로타의 환심을 사고 있습니다. 슈필만의 운명이 당장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말입니다. 부모님이 모두 음악을 하는 집안인데 슈필만의 가족들은 투지는 있지만 정세에 그리 밝지 못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신문에 나온대로 유대인은 유대인 표식을 달고 다니다 길에서 독일군에게 두들겨 맞는 아버지와, 얼마 남지 않은 생활비를 가지고 좌절하는 어머니, 그 뒤로 무기력하게 누워 천장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러한 것들을 설명해 줍니다. 가족들이 생활비가 없어 가장 값이 나가는 물건인 피아노를 팔려는데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는 것을 보고 형제가 구매자의 멱살을 잡습니다. 구매자는 성을 내며 "배고프다고 피아노를 먹을 순 없잖아요. 오늘 당신들은 뭐라도 먹긴 했습니까? 지금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긴 해요? 정신 나간 가족들이군." 이라고 말합니다.
바르샤바에 거주중인 모든 유대인은 게토로 강제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유대인이 아닌 도로타가 이주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둘은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며, 이는 곧 이들의 운명이 갈리는 순간입니다. 이주지에 있는 사람은 모두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을 핍박하는 유대인 출신 경찰도 있습니다. 지인이 나치의 앞잡이가 되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하러 오지만 슈필만 형제는 그를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41년, 게토 안에서 나치들의 일방적인 유대인 학살이 본격적으로 자행됩니다. 42년, 가족들이 하나씩 차출되어 어디론가 사라지고 트레블링카행 열차에 실려 사라집니다. 실제로 슈필만이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끌어 내려주어 그 열차에 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보여주는 홀로코스트 당시 상황에는 모든 거리에는 학살당한 유대인 시체들이 널려있고 주인을 잃은 짐과 살림살이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빌헬름 호젠펠트 대위와 쇼팽 녹턴 C# 단조
슈필만은 당시 28세였는데 바르샤바에서 얼굴이 잘 알려진 예술가였다고 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연예인같은 셈입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으며, 반가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했고 훌륭한 예술가의 불쌍한 처지에 대해 연민을 느끼기도 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서 누군가로부터 끌어내려진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슈필만은 폴란드에서 태어났으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독일에서 유학했으며 나치가 집권한 다음 해인 1934년 폴란드로 돌아와 그때부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다가 홀로코스트를 만난 것입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그가 굶어죽지 않고 은신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독일 장교(빌헬름 호젠펠트 대위) 앞에서 실제로 그가 연주한 곡은 쇼팽의 녹턴 C# 단조 입니다. 영화에서는 쇼팽 발라드 1번 G 마이너가 연주되었습니다. 녹턴 C# 단조는 독일군이 바르샤바를 침공했던 날 라디오에서 연주했던 곡과 동일한 곡입니다. 그리고 쇼팽은 폴란드에서 태어난 작곡가입니다. 독일 출신 작곡가는 멘델스존이나 슈만, 바그너 심지어 베토벤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단한 용기입니다. 피아노 위에 대위의 코트가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슈필만이 다락에 숨어 있을 때 환청처럼 들리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은 호젠펠트 대위가 연주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