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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 줄거리와 미장센과 의미 찾기

by usesake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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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줄거리

같은 날 이사를 온 진부인(장만옥) 부부와 주모운(양조위) 부부. 홍콩의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들의 특징답게 여러가구가 한 건물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실 두 가정은 다른 건물입니다만 집주인끼리 친해서 다같이 모여 밥이나 술을 먹기도 하고 마작을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이들의 배우자가 서로 눈이 맞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진부인의 남편은 장기간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고 주모운의 아내도 야근이 잦은 일을 합니다. 이들의 얼굴은 비춰주지 않습니다. 뒷모습이나 목소리만으로 연출을 함으로써 주인공 양조위와 장만옥만을 집중해서 보여줍니다. 이 연출은 화양연화에서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더 돋보이게 해줍니다. 서로의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 뒤에 소려진과 주모운이 서로의 남편과 아내로 역할극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 잔잔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갈 법한 숨은 미장센과 의미를 찾아보겠습니다.

화양연화

화양연화 미장센과 의미 찾기

1. 진부인의 남편 진선생이 일본 출장을 다녀와서 전기밥솥을 사옵니다. 진부인은 좋은 물건이 생겨 아파트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 주는데 고씨네 부부와 주모운이 다음 번에 자신들 것도 사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진 선생이 사온 전기밥솥을 받은 주모운이 밥솥값을 지불하려 하자 당신의 아내가 벌써 지불했다고 말합니다. 주모운은 아내가 야근을 하느라 며칠간 보지를 못했는데. 주모운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는 진 선생의 말실수 인 셈입니다. 진부인의 남편과 주모운의 아내의 외도를 여기에서 처음 유추할 수 있습니다.

2. 오늘도 야근이라고 전화로 거짓말을 하는 주모운의 아내와, 홀로 쓸쓸한 배경음악과 함께 국수를 사러 나가는-오늘도 남편이 들어오지 않아 저녁을 차릴 필요가 없어 혼자 밥을 먹는-진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이 점차 배우자들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후 몇 번이나 더 반복되었을지 모를 두 사람의 쓸쓸한 국수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결국 두 사람이 마주치고 서로 교차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각자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 밖에서 같이 밥을 먹는것도 웃긴 그림이지만, 함께 국수를 먹는 대신 스쳐가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차후에 있을 이들의 엇갈린 운명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3. 이제 대놓고 나옵니다. 고씨 부부를 찾아 벨을 누른 진 부인을 맞은건 주모운의 아내입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지만 문을 닫은 뒤에 작게 들리는 주모운 아내의 말소리 "당신 아내야. 아내한테 아직 얘기 안 했어? 그럼 앞으로 다신 찾아오지마"

진부인이 야근을 한다고 남편에게 일부러 흘린 뒤(오후 4:18) 집으로 돌아와보니 남편이 주모운의 집에 가 있었던 것입니다. 진부인의 거의 눈치를 채고 있는 듯 한 질문 "혼자 있어요?" 알고 보면 더 처연한 표정의 소려진(진부인)입니다.

4. 주모운의 아내는 슬프게 울고 있습니다. 노크를 하는 손의 손목시계가 오후 6:25 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모운의 손일까 했지만 주모운은 시계를 오른손에 착용합니다. 진부인의 남편인가봅니다. 두드리는 문의 268번은 호텔방의 번호로 보입니다.

5. 진부인이 일하는 회사 사장도 내연녀가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사장역할을 한 배우의 떨떠름해하는 연기가 일품입니다.

6. 복도에서 마주쳐 진부인과 주모운이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동안 눈치채고 있던 찝찝한 것들을 확인하려 합니다. 자신들의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같은 넥타이와 핸드백을 사다니 그들은 진부인과 주모운에게 너무 잔인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배우자가 외도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고 동병상련의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7. 영화 화양연화 제목의 뜻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입니다. 배우자들의 바람으로 큰 상실감에 처했던 두 남녀가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곧 이별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상처와 아픔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감정을 담아내며 복잡한 감정의 연유를 표현합니다.

97년 홍콩의 중국 복귀 이후, 국민들의 감정은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통합된 국가 안에서의 안정을 믿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이들은 자유와 독립성이 감소한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품었습니다. 영국령이던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과거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국령 홍콩은 이제 아름다웠던 소려진과 그 때의 감정과 함께 앙코르와트 사원의 구멍에 메워져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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