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넷플릭스에 로빈슨 크루소를 검색하면 캐스트 어웨이가 나옵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1719년 발매한 무인도 표착 내용의 소설로 《캐스트 어웨이》같은 무인도 표류기의 아버지 같은 작품입니다. '무인도에 갇힌 남자=로빈슨 크루소'일 정도로 무인도에 갇힌 남자의 대명사격인 셈입니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제목은 "표류자, 버림받은 사람" 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시련과 한계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 '척 놀랜드'는 택배 회사 페덱스의 관리자로서 시간을 매우 엄격하게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강요합니다. 배달은 무조건 효율적으로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일장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업무에 몰두하는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재촉하고 집요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입니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척과 약혼녀 켈리는 오늘도 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거냐는 가족들의 질문세례를 받습니다. 그리고 며칠전부터 아프던 어금니가 오늘 유독 귀찮게 하네요. 그리고 출장을 떠나야 하는 호출을 받습니다. 켈리에게 누가 봐도 프러포즈 반지를 포장한 것 처럼 생긴 선물을 준 뒤 새해 전날 풀어보라며 그 전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고 비행기로 향하는 뒷모습을 남긴채 떠납니다. "금방 돌아올게."
영화는 20분만에 그를 태평양 한가운데 캄캄한 폭풍의 바다에 추락시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품에 안고 있던 비상용 구명정 덕분에 수면위에 떠올랐습니다. 동이 틀 무렵 어느 해안가로 떠밀려 왔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련의 시작이라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삶은 종종 우리를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시간의 상대적 가치
크리스마스 선물로 켈리가 선물해준 시계는 섬에 도착하니 이미 멈춰있습니다. 시간의 효율성과 1분 1초를 강조하던 척에게 시간이라는 가치가 사라진 것입니다. 처음 며칠간 그는 해안가에 HELP 를 써놓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멀리 수평선에서 반짝이는 빛이 보입니다. 첫번째 기회가 왔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밤 수평선에서 섬쪽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아침에 되자 무작정 찢어진 구명정을 타고 바다에 나가 큰 파도에 휩쓸려 심각한 부상을 입고 되돌아옵니다. 폭풍우를 피해 들어온 동굴에서 손전등을 켜놓은 채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빛도 잃고 부상도 입으니 심각해집니다. 그제서야 섬으로 떠밀려온 페덱스 소포들을 뜯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는 척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물건은 아니어도 활용할 만한 좋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프던 어금니가 말썽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갔고 두려워서 피하기만 했는데 미리 치료를 했으면 무인도에 와서 고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시간은 많은데 치과 의사가 없습니다.
드디어 불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기로 합니다. 하지만 불을 피우려다 첫번째 위기가 찾아옵니다.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입니다. 이것을 극복해야만 탈출이든 생존이든 가능성에 가까워집니다. 뭘 해야할지 몰라 시간이 그저 무한하게 기다리기만 했던 시간이 이제는 목적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뻔 한 순간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탈출을 위해 새 뗏목을 만들고 있으며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무한한 것 처럼 보이는 그의 섬에서의 시간에 갑자기 '마감기한'이 생깁니다. 계산해둔 바람의 방향과 파도의 세기가 적합한 날짜까지 밧줄을 만들고 뗏목을 완성해야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기회에서 그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큰 파도를 드디어 넘어섭니다.
희망과 결단력
무인도에서 척의 세상은 전부 켈리였지만 세상은 많이 변해있습니다. 켈리에게는 새 남편과 아이들과 새로운 삶이 있고 사람들은 모두 그가 "죽어있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같은 시간 동안 그의 장례식을 치루고 그는 사회에서 죽은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척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들이 삶을 변화시켰지만 그는 섬에서 탈출한 것 처럼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와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새 삶을 위한 길 위에 섭니다. 그의 지속적힌 희망과 결단력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극복을 가능하게 하고 무수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끈기가 그의 삶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