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는 귀신이 된 복자(김해숙)가 휴가를 받아 딸을 보러 왔는데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줄 알았던 딸이 자신이 죽기 전 살던 시골집에 와 후회로 가득한 날들을 보내는 것을 보고 모녀가 겪어온 상처들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딸 진주는 돌아가신 엄마 복자를 만나게 될까요? 가족영화 "3일의 휴가"의 주옥같은 명대사도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
김천의 시골마을에 사는 박복자(김해숙)는 딸이 UCLA 대학 교수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심장마비로 별세한 뒤 우연한 계기로 지상에 내려와 사랑하는 사람 곁에 3일간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복자는 딸 진주(신민아)를 만질수도 말을 걸수도 없었지만 가난때문에 함께 살지 못해 평생을 그리워한 딸을 죽어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 있는 딸에게 온다고 왔지만 이곳은 미국이 아니라 자신이 죽기 전 살던 허름한 시골집입니다. 의문을 품고 집안을 들여다 보는데 거기엔 미국에 있어야 할 딸이 밥을 차리고 있습니다. 복자는 영문을 몰라 속이 터집니다.
어느 날 밤, 잠을 자던 진주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복자는 딸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음 날, 진주가 서둘러 찾아간 정신과에 따라가 그녀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주가 괴로운 이유는 바로 엄마가 왜 나를 버렸을까에 대한 생각때문이었습니다.
복자는 남편이 없었고 초등학생인 진주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때문에 교사인 남동생 부부의 집에 맡겼습니다. 복자는 딸이라는 이유로 중학교에 보내지 않아 초등학교만을 졸업했는데, 배우지도 못하고 가진 것도 없는 그녀는 열심히 일해서 진주를 위해 남동생 부부에게 양육비도 꾸준히 주었습니다. 복자는 비록 학교에 진학하지 않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가 있는 소녀였어서, 배움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진주는 더 좋은 인생을 살길 바랐습니다.
남의집 살이를 하며 식모처럼 산 덕에 결국 진주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도 복자와 함께 살지 못했고, 그런 진주는 성인이 되고 자립을 하면서 점점 엄마가 불편해지게 됩니다. 엄마는 늘 딸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했지만 딸인 진주는 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며 노심초사하고 그런 엄마가 불편한 딸이기에 둘 사이에 골이 깊어지고 맙니다. 미국으로 떠나는 날까지도 진주는 복자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복자가 죽을 때 까지도 진주는 엄마를 만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진주는 뒤늦게 엄마에 대한 마음이 사실은 늘 그리워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엄마가 살아있을 때 그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못되게 군 것에 대한 깊은 후회를 갖게 됩니다. 복자는 그런 딸을 보며 편안히 저승으로 떠날수가 없습니다.
명대사
"기억이라는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연료같은 겁니다. 좋은 기억들이 많이 쌓이면 아주 고급 휘발유를 채운 승용차처럼 잘 달리는거고 나쁜 기억은 불량 휘발유처럼 차를 덜컹거리게 만들어요."-진주의 정신과에서 의사의 대사
엄마를 그리워했던 진주는 사랑하지만 평생동안 같이 살지 않았던 엄마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이 엄마에게 못되게 굴어 후회하고 있기에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엄마가 나를 버렸다'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던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자신의 생각때문에 정작 자신이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터전에서 찾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듯 진주도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깨닫게 됩니다. 엄마에겐 나를 위한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제서야 진주는 엄마를 수용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 내가 속이 좁아서 그래. 봐 봐, 엄마 덕분에 내가 이만큼이나 됐어. 엄마가 내놓은 엄마의 꽃 같은 인생을 내가 대신 살고 있는 거라고 엄마. 그걸 알면서도 엄마를 혼자 외롭게 만들었지. 미안해 엄마."-진주의 고백
감상 후기
자식은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담백하게 담아내었습니다. 후회로 가득한 자식의 모습 또한 누군가의 자식인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영화 "3일의 휴가"는 있을 때 잘하자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입니다.